기후변화 속 파리기후협약이 목표한 1.5도는 지켜질 수 있을까?
2015년 12월, 전 세계 196개국이 하나의 목표 아래 모였습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역사적 합의, 바로 파리기후협약입니다. 이 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2도보다 훨씬 낮게, 나아가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1.5도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수억 명의 생존과 생태계의 회복력을 결정짓는 경계선이자, 기후 위기 대응의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긴박한 목표입니다. 하지만 협약 체결 이후 수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과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충분한 행동을 해왔을까요?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은 이미 1.2도 이상 상승했으며, 1.5도를 돌파하는 시점이 2030년대 초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리협약의 핵심 목표는 여전히 유효한가, 아니면 이상적인 선언에 불과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1.5도 목표의 과학적·정책적 의미를 되짚어보고, 현재의 이행 상황과 주요 쟁점을 분석하여 그 실현 가능성을 진단해 보고자 합니다.
기후변화 속 파리기후협약과 1.5도의 의미
파리기후협약은 1997년 교토의정서와 달리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가지는 최초의 전 지구적 기후 합의입니다. 이 협약의 핵심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제한하고,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노력”을 공동으로 실현하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1.5도와 2도 사이에 극명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경고합니다. 평균기온 상승이 2도에 도달하면, 폭염의 빈도는 두 배 이상 증가하고, 해수면 상승, 생물종 멸종, 북극 빙하 감소 등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1.5도에 억제할 경우 이러한 피해의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1.5도는 단순한 온도 기준이 아니라, 인류 생존 가능성과 직결된 ‘기후 정의선’으로 간주됩니다. 특히 기후 취약국, 소도서 국가, 개발도상국에는 이 목표가 생존 그 자체입니다.
기후변화 속 현재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 현황
문제는 이러한 목표와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입니다. 각국은 파리협약에 따라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NDC)를 제출했으나, 대부분의 국가가 감축 목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와 UNEP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국가 감축 공약만으로는 금세기 말까지 지구 기온이 2.7도 이상 상승할 수 있는 경로에 놓여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 배출국인 중국, 미국, 인도, EU 등은 감축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나, 산업 이해관계나 정치 상황에 따라 진전 속도가 느립니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책임 분담과 기후 재정 지원 문제도 협약 이행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위기 등 외부 변수들이 재생에너지 확산과 온실가스 감축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1.5도 목표가 단순히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 얼마나 강력한 국제적 행동이 필요한지를 보여줍니다.
기후변화 속 기술적 한계와 가능성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줄여야 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 과학적 컨센서스입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적 전환은 아직 완전히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나, 에너지 저장장치(ESS), 수소 인프라, 전력망 개선 등에서 여전히 많은 기술적 장벽이 존재합니다. 특히 산업 분야(철강, 시멘트, 항공 등)의 탈탄소화는 기술 개발이 미진하거나 비용이 많이들 단기간 내 전환이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와 기업은 탄소 포집·저장(CCS), 탄소 제거 기술(DAC), 자연 기반 해결책(NBS) 등을 병행하고 있으나, 이들 기술의 경제성·안전성·사회적 수용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결국 기술만으로 1.5도 목표를 지키기는 어렵고, 수요 감축, 생활 방식 변화 등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기후변화 속 정책적 의지와 국제 협력의 필요성
1.5도 목표 달성의 핵심은 각국의 정치적 의지와 국제적 협력에 달려 있습니다. 단기적인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는 정치 구조, 화석연료 산업에 의존하는 국가 경제, 사회적 저항 등은 기후 정책 추진의 큰 걸림돌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정치의 선택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합니다. EU는 ‘유럽 그린딜’을 통해 기후 중립을 법제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대규모 재생에너지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2050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기후 탄소법’을 제정하며 정책 기반을 다져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일부 국가에 국한되어 있으며, 글로벌 차원의 공정한 분담과 협력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특히 기후 취약국을 위한 재정 지원, 기술 이전, 기후 이주 문제 해결 등이 국제 협력의 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으며, G7, G20, COP 회의에서 실질적인 이행 메커니즘 구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속 시민과 기업, 개인의 역할
기후 위기 대응은 국가 정책과 기술 발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업과 시민, 개인의 행동 변화가 병행되어야 1.5도 목표에 근접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ESG 경영과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소비자는 녹색 제품 선택, 자가발전, 재사용 확대 등의 방식으로 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민사회의 감시와 참여는 기후 정책의 추진력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청년 활동가들의 외침은 정치권에 강한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기후 파업’과 같은 운동은 기후 위기를 공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통수단의 선택, 식습관 변화, 과소비 줄이기 등 일상 속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결국 1.5도 목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행동할 때만 달성 가능한 공동 과제입니다.
결론적으로 파리기후협약이 설정한 1.5도 목표는 단지 기후변화의 수치적 상한선이 아니라, 인류 생존을 위한 최후의 방어선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배출 추세와 이행 수준을 고려할 때, 이 목표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술적 한계, 정치적 분열, 국제 협력 부족, 시민의식 미성숙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며 1.5도는 이상적인 선언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며, 이를 지키기 위한 시도는 계속돼야 합니다. 1.5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기후 위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더 나은 미래로 전환하는 기반이 됩니다. 포기하는 순간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입니다. 따라서 각국 정부, 기업, 시민이 힘을 합쳐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행동에 나서야 하며, 그 행동이 곧 지구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1.5도는 아직 끝나지 않은 약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