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기후변화와 관광 산업의 재편: 우리가 가야 할 길

diary0480 2025. 7. 18. 05:16

기후변화는 이제 특정 지역이나 계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평균 기온의 상승, 해수면 상승, 이상기후, 생태계의 붕괴는 우리의 삶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특히 그중에서도 관광 산업은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입니다. 관광은 자연환경과 계절, 지역 특유의 생태와 풍경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바다의 색이 변하고, 빙하가 녹아내리며, 숲이 사라지는 현상은 단순한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관광 산업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변화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관광 산업

 

이 글에서는 기후변화가 관광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앞으로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관광지 환경 변화와 계절성의 붕괴

가장 먼저 드러나는 변화는 바로 전통적인 관광지의 환경 변화입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겨울 스포츠 명소였던 알프스산맥은 해마다 눈이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인공 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은 눈이 쌓이는 기간을 단축시키고, 고도에 따라 아예 눈이 내리지 않는 곳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스키장 운영 기간의 축소는 물론, 숙박업, 장비 대여업, 지역 레스토랑 등 관련 소규모 사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합니다. 여름 관광지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동남아와 지중해 지역은 고온다습한 기후가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피해야 할 여행지'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폭염이나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은 안전 문제로 인해 여행자들의 발길이 줄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관광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을 점점 모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기후변화는 관광 산업의 계절성을 해체시키고, 지역의 수익 모델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관광의 위기와 지속가능성의 요구

생태관광은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를 감상하고 체험하는 방식으로, 최근 수십 년간 친환경 트렌드와 맞물려 급속도로 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이 생태관광의 기반 자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해양 온도 상승으로 인한 산호초 백화현상이 심각해져 더 이상 아름다운 풍경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해양 다이빙과 에코투어를 기반으로 한 관광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남극·북극을 방문하는 극지관광도 빙하의 급속한 감소로 인해 접근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관광객 유입이 지역 생태계에 주는 부담 역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자연환경을 바라보는 관광객의 관점을 바꾸게 만들며, 단기적 수익을 좇기보다 장기적인 보호와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관광모델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관광산업은 단순한 이동의 플랫폼이 아닌, 생태 보전의 파트너가 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여행자 심리 변화와 수요 패턴의 전환

관광의 주체는 결국 사람이며, 기후변화는 여행자들의 심리와 선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플라이트 쉐임(Flight Shame)’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는데, 이는 항공기 이용으로 인한 탄소배출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소비자 인식에서 비롯된 용어입니다.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영향으로 확산된 이 움직임은 특히 유럽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철도나 친환경 교통수단을 이용한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장거리 해외여행 대신 근거리·저탄소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슬로우 투어리즘', '로컬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관광 산업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상품 구성과 마케팅 전략을 전환해야 하며, 친환경 교통 연계 상품,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 등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향으로 관광 상품을 재구성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국적인 장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를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대한 질문이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적 움직임과 산업의 재구조화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정부 및 관광 산업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관광산업을 탄소중립 계획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탄소세 부과를 포함한 여행 관련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2시간 이내 이동이 가능한 국내 항공편을 철도 이용으로 대체하도록 법제화했으며, 스위스와 독일은 친환경 숙박 인증제를 도입해 저탄소 운영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한편 일부 항공사와 대형 호텔 체인은 자발적으로 탄소 상쇄 프로그램(Carbon Offset Program)을 운영하며, 고객의 여행으로 발생하는 탄소를 산림 복원이나 재생에너지 투자 등을 통해 상쇄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관광 산업 전반의 공급망 구조를 바꾸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숙박, 교통, 식음료, 지역 투어 등 전 과정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하는 ESG 기반 관광 모델이 급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관광의 품질과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새로운 관광 트렌드와 직업의 등장

기후변화는 관광지나 관광 방식뿐 아니라, 관광 관련 직업군과 콘텐츠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탄소배출 계산을 기반으로 여행 계획을 도와주는 ‘탄소투어리즘 컨설턴트’, 지속가능성 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에코 여행 평가사’, 지역사회와 협력해 저탄소 여행 콘텐츠를 개발하는 ‘로컬 커뮤니케이터’ 등 과거에 없던 관광 직무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여행 콘텐츠 플랫폼에서도 기후 리터러시를 갖춘 콘텐츠 제작자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여행 블로거나 유튜버들도 단순한 맛집·풍경 중심의 정보에서 벗어나 기후 위기와 여행 사이의 접점을 고민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관광 산업이 콘텐츠 산업과 융합되면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진화의 과정이며, 동시에 관광의 ‘책임감 있는 소비’를 촉진시키는 문화적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관광은 경험의 소비를 넘어 지구와의 상호작용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기후변화 시대, 관광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기후변화는 분명 관광 산업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새로운 가능성과 책임이 함께 내포되어 있습니다.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던 관광의 시대는 점차 저물고 있으며, 이제는 환경, 지역사회, 여행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관광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문제는 우리가 그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친환경 기술과 탄소중립 전략을 도입하고, 여행자의 인식 전환을 유도하며, 정책적 뒷받침을 강화하는 다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관광은 여전히 사람을 연결하고, 문화를 이해하며, 자연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소중한 활동입니다. 그렇기에 기후변화라는 도전에 맞서 이를 더욱 지혜롭고 의미 있게 지속시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