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기후변화가 한국 농업에 미치는 영향

diary0480 2025. 6. 28. 16:19

기후변화는 이제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와 식량,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는 종합 위기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처럼 사계절이 뚜렷하고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농업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산업 중 하나입니다.
기후의 작은 변화도 작물 생육에 큰 영향을 미치며, 강수 패턴 변화, 온도 상승, 이상기후의 빈발은 농업 생산성과 품질, 농가의 경영 안정성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한국 농업

 

최근 10년간 한국은 유례없는 폭염, 집중호우, 가뭄, 이상저온 등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작물 피해와 수확량 감소, 병해충 증가, 재해보험 청구액 급증 등의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농업은 자연에 기대어 생존하는 산업이기에 기후 리스크에 더욱 취약하며, 기후변화가 본격화되는 현재와 미래에는 농산물 수급, 식량 안보, 농촌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전환이 불가피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 농업이 어떤 방식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결과가 우리 삶에 어떤 파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기후변화 속 기온 상승이 바꿔놓은 작물 재배 환경

기온 상승은 농업에 복합적인 영향을 줍니다.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지난 100년 동안 약 1.8도 상승했으며, 작물 생육에 적합한 기후 조건이 북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반도 남부 지역에서만 가능했던 작물들이 충청, 강원 지역에서도 재배 가능해지는 반면, 기존 지역에서는 수량과 품질이 오히려 저하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과의 재배 적지는 점차 북상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사과 주산지였던 경북 지역에서는 고온으로 인한 착색 불량, 과실 열과(裂果), 저장성 저하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강원 북부와 중산간 지역은 새로운 사과 재배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벼도 기온이 상승하면서 조기 출수 및 등숙기 고온 피해가 늘어나고 있고, 이는 미질 저하와 수확량 감소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속 강수 패턴 변화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기온 변화와 더불어 강수 패턴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평균 강수량 자체는 큰 차이가 없지만, 강수 집중도는 높아지고 강우 간격은 길어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즉, 비는 적게 오다가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작물 생육 환경에 심각한 교란을 야기합니다. 특히 여름철 집중호우는 논밭 침수, 과수 낙과, 토양 유실, 농경지 붕괴 등을 유발하며, 농작물 전체 생육 주기에 악영향을 줍니다. 예컨대 2023년 7월 충청·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집중호우로 인해 수천 헥타르의 농지가 침수되었고, 일부 농가는 연간 수입의 대부분을 잃는 재해 수준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관개·배수 시스템으로는 감당이 어려우며, 새로운 농업 기반 시설 설계와 정책적 재정비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병해충 증가와 작물 건강성 악화

기후가 따뜻해지고 습해지면, 병해충의 발생 양상도 급변합니다. 한국의 경우, 예전보다 겨울철 기온이 높아지고 월동해충 생존률이 상승하면서 봄철과 여름철 병해충 발생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멸구류, 응애류, 나방류 등의 발생 주기가 길어지고, 방제 횟수도 2~3배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곰팡이성 병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며, 과일류에서는 탄저병, 가지과 작물에서는 역병 등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병해충이 급증하면 작물의 상품성이 낮아지고, 생산비 부담이 커지며, 농약 사용량도 증가해 토양과 수질의 2차 오염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단순한 재해가 아니라 농업 생태계 전체의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뒤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농업 노동력과 농촌 경제에도 직격탄

기후변화는 농업의 생산 여건뿐 아니라 노동력과 농촌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고온 환경에서는 농작업 시간 제한, 작업 강도 증가, 농민 건강 문제 등 노동 효율성의 저하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폭염이 이어지는 7~8월에는 논밭에서 일하는 고령 농업인들의 온열질환 및 사고 발생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농작업 지연과 수확 손실도 심각합니다.

또한 농업 피해가 늘어나면 소득 안정성이 흔들리고, 이는 농촌 지역의 인구 유출, 고령화 심화, 지역 소멸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정부는 재해보험 확대, 재해대응 예산 지원, 스마트농업 기술 도입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기후 적응 능력이 취약한 소규모 농가의 피해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후 리스크에 강한 농업 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기후변화 속 작물 재배력과 품종 전략의 대전환 필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작물 재배력과 품종 선택 기준 자체를 재설계해야 합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기온 상승을 반영한 ‘기후 적응형 작물 재배력’을 개발하고 있으며, 벼, 보리, 콩, 사과 등 주요 작물의 파종 시기와 수확 시기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온과 병해에 강한 내재해성 품종 개발과 보급이 확대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열대·아열대 작물(예: 망고, 바나나, 커피) 시범 재배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품종 전환은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며, 시장 수요, 유통 구조, 가공 기술, 농민 교육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고려돼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맞춘 ‘스마트한 농업 전략’은 기술적 대응뿐 아니라 정책적, 구조적 혁신이 병행되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기후 위기 시대, 한국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선택

한국 농업은 지금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날씨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작물 재배 방식부터 품종, 농촌 구조, 유통 체계까지 바꾸어야 할 만큼의 구조적 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단기적 이상기후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 생존 기반을 위협하는 현실이며, 농업은 그 최전선에 있습니다.

앞으로의 농업은 단순한 생계 산업이 아닌, 기후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공공 산업으로 재정의되어야 하며, 정부의 전략적 투자와 국민의 인식 전환도 함께 따라야 합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한 끼의 밥상은 결국 농업이 지탱하고 있습니다. 그 농업이 흔들린다면, 우리의 일상도 안전할 수 없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기후 위기에 강한 농업 체계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