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기후변화가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는 이유

diary0480 2025. 7. 11. 05:34

기후변화는 지구 생태계와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리스크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기후 위기가 단지 환경적인 문제를 넘어 세계 금융 시스템 전반에 중대한 위협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세계은행, IMF, BIS(국제결제은행)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기업과 산업, 국가의 실물 경제에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자산 가치의 하락, 투자 손실, 대출 부실화, 보험금 지급 증가, 시장 신뢰 붕괴 등의 연쇄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금융위기

 

특히 금융권이 이러한 위험을 과소평가하거나 체계적으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돌발적 금융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본 글에서는 기후변화가 실제로 어떤 경로를 통해 금융위기로 확산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권의 역할과 국제사회의 준비 현황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실물 자산 가치 하락과 금융시장 충격

기후변화는 홍수, 폭염, 해수면 상승, 가뭄, 산불 등 다양한 재해를 통해 실물 자산의 가치를 급격히 훼손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안 지역의 주택, 공장, 상업시설은 해수면 상승이나 태풍에 직접 노출되어 있으며, 그 가치가 빠르게 하락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의 부동산을 담보로 설정한 대출은 담보 가치 하락으로 인해 부실 채권화가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농업, 에너지, 물류 등 기후에 민감한 산업의 자산은 기후 재난으로 인해 생산 중단, 수익 감소, 재고 손실 등을 겪게 되며, 이는 곧 투자 가치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실물 자산의 연쇄적인 손실은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에서 대규모 자산 가격 조정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투자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위협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신용 위험 증가와 금융 불안정성

기후변화는 기업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에 타격을 주면서, 금융기관의 대출 포트폴리오에도 직접적인 신용 리스크를 증가시킵니다. 예를 들어 농업, 관광업, 제조업 등은 날씨에 따른 의존도가 높아, 이상 기후나 재해 발생 시 매출이 급감하고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이 이러한 기후 관련 리스크를 미리 반영하지 못하고 대출을 집행한 경우, 해당 자산은 단기간에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며, 금융기관 자체의 건전성에도 위협이 됩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지방 기업에 집중된 지역 금융기관은 특정 산업군에 대한 노출도가 크기 때문에, 국지적 재해가 금융기관 연쇄 부실의 촉매가 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기후 스트레스가 반복될수록 금융기관의 BIS비율 악화, 자본 확충 압박, 대출 축소 등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기후정책 전환기 리스크(Transition Risk)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국가적 정책 전환은 필연적으로 기후정책 전환기 리스크(Transition Risk)를 발생시킵니다. 탄소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화석연료 보조금 축소, 재생에너지 전환 의무화 등은 기업의 비용 구조를 변화시키고,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근본적 수정이 요구됩니다. 특히 석유, 석탄, 천연가스 중심의 화석연료 산업은 규제 강화와 투자 철수 움직임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관련 자산의 급격한 가치 하락, 이른바 '좌초자산(stranded asset)'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관련 산업에 집중된 금융기관, 연기금, 투자 펀드는 갑작스러운 손실에 노출될 수 있으며, ESG에 기반한 자금 재편 과정에서 시장의 불균형과 급격한 가격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즉, 기후 정책이 늦춰지면 실물 피해가 크고, 너무 급격하면 금융시장 충격이 동반되는 기후 딜레마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보험 및 재보험 시장의 불안정성 확대

보험 산업은 기후변화의 최전선에서 손실을 감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금융 업종입니다. 대형 산불, 폭우, 태풍, 극한 한파 등으로 인해 손해보험금 지급액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보험사의 수익성뿐 아니라 재무 건전성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습니다. 일부 고위험 지역에서는 민간 보험사가 철수하고 있으며, 정부가 재난 보험을 대체하는 구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경우 국가 재정의 부담도 증가하게 되며, 재정건전성 악화로 국가 신용등급 하락과 국채 금리 상승이라는 이차 금융위기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더불어 글로벌 보험 시장도 기후 재난 피해가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복합 재난' 구조에 직면하면서, 리스크 분산 효과가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충격 완화 기능 자체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보험시장의 불안정은 궁극적으로 금융시장 전체의 복원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기후변화 리스크의 과소평가가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금융기관과 투자자가 기후 위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체계적 과소평가가 누적되는 경우입니다. 많은 금융기관이 아직까지 기후리스크를 정량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내부 모델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신용평가 기준에는 기후 변수 항목이 누락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장기 리스크인 기후 위기는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금융시장 구조와 충돌하면서 ‘지연된 반응’이라는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이는 일시적 충격이 아닌 누적된 리스크가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금융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IMF와 FSB는 이러한 기후 금융 리스크의 ‘불가시성(invisibility)’과 ‘비선형성(non-linearity)’이 과거 금융위기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기후리스크를 반영하지 않는 금융시장은 미래 붕괴의 씨앗을 심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기후변화는 그 자체로도 중대한 환경적 도전이지만, 금융 시스템에 내재된 복잡한 연결고리를 고려할 때 잠재적인 글로벌 금융위기의 촉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물 자산 가치 하락, 신용 위험 증가, 정책 전환 리스크, 보험 시스템의 불안정성, 기후리스크의 과소평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존 금융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충격을 야기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기후리스크를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신용평가, 대출 심사, 자산 운용 전략 전반에 통합하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또한 국제 금융 규제 기관은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정보 공시, 기후리스크 분류체계(녹색·갈색 자산 구분) 등을 통해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정부는 관련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 위험 예측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기후 위기를 단기 수익성 관점에서만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금융 시스템이 기후 위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대응이 곧 금융 안정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금융의 역할은 단지 자본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하며, 기후변화 앞에서 이를 외면한 금융은 결국 자기 붕괴의 길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